규정에"할 수 없다"고
못박은 문장이 있습니다.
K-ICS 별표22는 대부분 "~한다", "~할 수 있다"로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 금리위험액 조문 한 곳에만 "적용할 수 없다"는 금지형이 등장합니다. 금리충격 스프레드를 만기수익률에 적용하지 말라는 문장입니다. 3부에서는 왜 이 한 줄이 필요했는지를, 규정 원문과 실제 숫자로 확인합니다.
금리위험액은 "이자율 곡선이 움직였을 때의 손실"입니다.
측정방법 조문은 한 문장으로 끝납니다. 그런데 그 안에 순서가 다 들어 있습니다.
"금리위험액은 무위험 금리기간구조에 충격시나리오를 적용하여 자산과 부채의 가치를 재평가한 후 순자산가치의 감소금액을 측정하여 산출한다."
① 무위험 금리기간구조에 → ② 충격을 주고 → ③ 자산·부채를 다시 계산해 → ④ 순자산 감소분을 잰다. 2부에서 만든 그 곡선이 여기서 흔들리는 대상이 됩니다.
다섯 개의 시나리오
① "금리상승시나리오는 금리기간구조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위험에 대한 요구자본을 측정하기 위해 적용한다."
② "금리하락시나리오는 금리기간구조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위험에 대한 …"
③ "금리평탄시나리오는 금리기간구조가 단기금리는 상승하고 장기금리는 하락하는 위험에 대한 …"
④ "금리경사시나리오는 금리기간구조가 단기금리는 하락하고 장기금리는 상승하는 위험에 대한 …"
⑤ "평균회귀시나리오는 평균적인 금리수준으로 회귀하는 금리변동의 특성을 금액으로 환산한 값을 반영하기 위해 적용한다."
왜 상승·하락만으로는 부족했을까?
여기에 K-ICS 설계의 핵심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해설서가 직접 설명합니다.
"금리위험액 산출 시 금리상승·하락 시나리오만 반영할 경우, 자산과 부채의 만기별 현금흐름을 매칭하지 않은 채 듀레이션 갭만 매칭하는 방법으로 순자산가치의 감소를 0으로 조정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방식으로 금리리스크를 관리할 경우, 단기금리는 급등하고 장기금리는 하락하는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순자산가치의 감소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음"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듀레이션은 현금흐름을 하나의 숫자로 압축한 요약값입니다. 그리고 1부에서 봤듯 YTM 역시 곡선을 하나의 숫자로 압축한 요약값입니다. K-ICS는 요약값 기반 관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설계된 제도이고, 그 사상이 시나리오 설계와 할인율 규정 양쪽에 똑같이 관철되어 있습니다.
수준 위험과 기울기 위험을 따로 잰 뒤 제곱합으로 묶습니다. 한쪽을 0으로 만들어도 다른 쪽이 남도록 설계된 구조입니다.
다만, 흔드는 것은 '무위험' 부분뿐입니다.
2부에서 본 것처럼, 실제 할인에 쓰이는 것은 조정 무위험 금리기간구조입니다. 자산에는 위험스프레드가, 부채에는 변동성 조정이 얹혀 있습니다. 그런데 충격은 그 밑바닥 층에만 주어집니다.
"보험회사가 자산 또는 부채를 할인할 때는 무위험 금리기간구조에 위험스프레드·잔여스프레드(자산) 또는 변동성조정(부채)을 가산한 조정 무위험 금리기간구조를 사용하지만, 금리위험액 산출 시에는 무위험 금리기간구조에만 충격 시나리오를 부여"
"위험스프레드 중 신용위험스프레드는 거래상대방의 부도 위험 및 등급하락 위험에 따라 산출되므로 금리리스크가 아닌 신용리스크 측정대상에 해당하며,"
규정 본문에서도 두 줄로 못박습니다.
(4) "금리위험 산출시 자산 할인율의 위험스프레드, 잔여스프레드 및 내재스프레드는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5) "금리위험 산출시 부채 할인율의 변동성 조정 및 매칭 조정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이 구조를 유지하려면 자산도 부채와 같은 방식으로 다시 계산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규정은 이미 시장가격이 있는 자산까지 굳이 현금흐름으로 되돌리라고 요구합니다.
"금리충격시나리오 적용 전의 자산평가금액은 현금흐름을 할인하여 산출하며, 다음의 원칙을 충족하여야 한다."
② "금리충격시나리오 적용 전 자산의 현재가치가 공정가치와 다른 경우, 현재가치와 공정가치를 일치시키는 단일 내재스프레드를 자산의 금리기간구조에 가산하여 … 일치시켜야 한다."
④ "변동금리부자산의 현금흐름은 선도금리를 기준으로 생성한다."
④번을 눈여겨보십시오.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단계부터 이미 선도금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1부에서 확인했듯 선도금리는 Spot 곡선에서만 추출됩니다. "2년~3년 구간의 금리"라는 것을 YTM에서는 뽑아낼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현물금리로만
여기서 그 문장이 등장합니다.
"금리충격 스프레드는 현물이자율(spot rate)에 반영하며, 만기수익률(yield to maturity)에 적용할 수 없다."
별표22 전체에서 보기 드문 명시적 금지형입니다. 해설서가 붙인 이유는 짧습니다.
"금리충격 스프레드는 현물이자율(spot rate) 기준으로 생성하였기 때문에 만기수익률에 적용할 경우 왜곡이 발생할 수 있음"
"만기가 동일하더라도 이자지급주기에 따라 현물이자율과 만기수익률은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
| 시점 | 1년 | 2년 | 3년 | 4년 | 5년 |
|---|---|---|---|---|---|
| 현물이자율 Spot | 1.00% | 1.30% | 1.50% | 1.70% | 1.80% |
| 만기수익률 YTM | 1.00% | 1.298% | 1.496% | 1.691% | 1.789% |
* K-ICS 해설서에 실린 예시 표를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그런데 차이가 1bp 남짓인데, 왜 이렇게 강한 금지가 필요할까
솔직히 짚고 넘어갈 부분입니다. 위 표의 5년 차이는 1.1bp입니다. 금리가 평행하게 움직이는 상승·하락 시나리오만 놓고 보면, 실제로 오차는 거의 없습니다. 직접 계산해 보면 10년물에 평행 100bp 충격을 줄 때 Spot 기준과 YTM 기준의 차이는 가치 대비 0.01% 수준에 그칩니다.
그러니 이 금지조항의 진짜 이유는 평행 충격에 있지 않습니다. 기울기 시나리오, 즉 금리평탄·금리경사에 있습니다.
10년 YTM 안에는 1년부터 10년까지의 Spot이 전부 섞여 있습니다. 그런데 금리평탄 시나리오는 단기를 올리고 장기를 내립니다. 장기 YTM에 섞여 있는 단기 성분은 올라가고, 장기 성분은 내려갑니다. 그 결과 10년 Spot을 60bp 내려도, 10년 YTM은 51bp밖에 내려가지 않습니다.
이제 금지조항의 성격이 분명해집니다. 이것은 정밀도의 문제가 아니라 비교가능성의 문제입니다. YTM 기준 충격을 허용하면, 경제적 실질이 같은 두 회사라도 보유 채권의 표면금리 구성만으로 금리위험액이 달라집니다. 회사 간 요구자본 비교가 성립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기울기 시나리오는 애초에 YTM 공간에서 정의될 수 없습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문제는 오차가 아니라 정의 불가능성입니다.
"단기금리는 상승하고 장기금리는 하락한다"는 문장을 생각해 보십시오. Spot 곡선에서는 명확합니다 — s₁을 올리고 s₁₀을 내리면 됩니다. 각 시점이 독립적이니까요.
그런데 YTM 곡선에서는 "장기금리를 내린다"는 조작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10년 YTM은 1년~10년 Spot의 가중평균적 성격을 갖는데, 단기를 이미 올려 놓은 상태에서 장기 YTM만 따로 내리는 것은 내부적으로 모순된 곡선을 만드는 일입니다. 기울기와 곡률이라는 개념은 Spot(또는 Forward) 공간에서만 일관되게 정의됩니다.
LTFR 충격도 마찬가지입니다
"금리상승시나리오 산출시에는 장기선도금리(LTFR)가 15bp 상승한다고 가정하고, 금리하락시나리오 산출시에는 장기선도금리(LTFR)가 15bp 하락한다고 가정한다."
2부에서 확인했듯 LTFR은 선도금리입니다. 즉 이 충격은 선도금리 공간에서 부여된 뒤, 현물금리로 변환되어 곡선에 반영됩니다. Spot ↔ Forward의 무손실 왕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성립하는 설계이고, YTM 공간에는 그 경로가 없습니다.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 그리고 그 예외가 원칙을 확인해 줍니다
"객관적인 외부지표금리의 금리충격시나리오는 … 해당 시점의 외부지표금리에 감독원장이 제시하는 만기별 금리충격스프레드를 가산하여 산출한다."
(해설서) "외부지표금리는 YTM 기준이지만, 실효성 및 실무 편의 등을 고려하여 외부지표금리에 한해서 감독원장이 제시하는 만기별 금리충격 스프레드(spot rate 기준) 가산을 허용"
이 각주는 두 가지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첫째, 감독당국도 Spot 기준 충격을 YTM에 더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부정합함을 알고 있습니다. 둘째, 그럼에도 허용한 것은 "외부지표금리에 한해서"라는 한정 예외라는 점입니다. 예외의 존재가 오히려 원칙의 엄격함을 확인해 줍니다. 이 각주를 근거로 자산평가 일반에 YTM 기준 충격을 적용하자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어떨까
회사가 감수하는 것
- 전면 재계산모든 금리부 자산을 현금흐름으로 분해해 5개 시나리오로 재평가
- 하이브리드 구조곡선은 Spot인데 내재스프레드는 단일값 — 혼동이 생기기 쉬운 지점
- 기존 시스템과의 괴리대부분의 채권평가 엔진이 단일 YTM 기반
그럼에도 물러설 수 없는 이유
- 비교가능성표면금리 구성만으로 요구자본이 달라지는 것을 차단
- 정의 정합성기울기 시나리오는 Spot 공간에서만 정의 가능
- 자산·부채 대응순자산 차감이 성립하려면 같은 좌표계여야 함
회사 실무 부담은 실재합니다. 특히 "곡선은 Spot, 내재스프레드는 단일값"이라는 하이브리드 구조는 현장에서 오해를 부르기 쉽습니다. 단일 내재스프레드는 형태상 YTM 스프레드를 연상시키지만, 가산 대상이 Spot 곡선이므로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이 지점만 정확히 이해하면 ⑥ 위반은 대부분 예방됩니다.
다른 나라도 같습니다
| 제도 | 충격 부여 대상 | 시나리오 구성 |
|---|---|---|
| K-ICS | 무위험 금리기간구조 (현물) | 상승·하락·평탄·경사·평균회귀 |
| Solvency II | 기본 무위험 곡선 (무이표 현물) | 만기별 상대충격 상승·하락 |
| IAIS ICS | 할인곡선 (현물) | 수준·기울기 등 복수 시나리오 |
| Basel IRRBB | 무이표 곡선 | 평행·단기·장기·평탄·경사 6종 |
* 세부 모수는 제도마다 다르지만, 어느 제도도 만기수익률 곡선에 직접 충격을 주지 않습니다.
금리위험 측정의 사상은 "시간의 가격 곡선을 흔들고, 그 위에 놓인 자산·부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본다"는 것입니다. 흔드는 것은 축이고, 반응하는 것은 현금흐름입니다. YTM에 충격을 준다는 것은 축이 아니라 축 위의 개별 점을 건드리는 일이라, 자산과 부채가 서로 다른 축 위에 놓이게 됩니다.
결국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1부에서 YTM은 상품을 요약하는 언어이고 Spot은 시간을 값매기는 언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2부에서는 보험부채에 가격이 없기 때문에 현금흐름으로 해체할 수밖에 없고, 해체된 현금흐름을 평가하려면 Spot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봤습니다.
3부에서는 그 곡선을 흔들 때조차 축을 흔들어야지 축 위의 점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별표22 Ⅳ.4-2.나.(3)⑥의 금지조항은 새로운 제약을 부과한 조문이 아니라, Ⅱ.5-1.나가 "기간별로 다른 할인율"을 선언한 순간 이미 논리적으로 확정되어 있던 결론을 실무상 혼동 가능성 때문에 명문화한 확인규정으로 읽는 것이 정확합니다.
시간의 가격은 시점마다 다릅니다. 세 편 모두 그 한 문장의 각주였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