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흔들리면 레버리지 배율을 낮춘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긴급조치권’
불과 얼마 전 투자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며 도입한 상품에 금융당국이 다시 강한 통제장치를 마련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긴급조치권이 무엇이고, 왜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도입되면 시장에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1. 긴급조치권이란 무엇인가?
긴급조치권은 현재 자본시장법에 이미 존재하는 공식 제도명이 아닙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거나 투자자 보호가 시급한 상황에서 금융투자상품에 신속한 안정조치를 적용할 수 있도록 새로 마련하려는 권한을 가리킵니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조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의 목표배율을 낮추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을 시장 상황에 따라 한시적으로 1.5배 또는 그 이하로 낮추는 방식입니다.
| 기초주식 등락률 | 2배 레버리지 | 1.5배로 하향 시 | 의미 |
|---|---|---|---|
| +10% | 약 +20% | 약 +15% | 상승 수익 축소 |
| -10% | 약 -20% | 약 -15% | 하락 손실 축소 |
배율을 낮춘다고 투자자의 기존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발동 이전까지 형성된 ETF의 순자산가치는 그대로 두되, 발동 이후부터 향후 수익과 손실의 증폭 정도를 함께 낮추는 구조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현재는 배율 변경이 투자자의 수익구조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익자총회 절차가 필요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수익자가 참여하는 ETF에서 정족수를 충족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수익자총회의 절차적 한계를 법 개정으로 보완하려는 것입니다.
2.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을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해외에 상장된 유사 상품으로 빠져나가던 국내 투자수요를 국내 규율체계 안으로 가져오고, 투자자의 상품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상품 출시 시점과 반도체주 변동성이 급격히 높아지는 시기가 겹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거래와 투자자금이 집중됐습니다.
2026년 5월 27일~7월 15일
단일종목 상품 거래대금
연율화 변동성
금융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개인투자자의 손실만이 아닙니다. 레버리지 ETF는 매일 목표배율을 맞추기 위해 장중 또는 장 마감 무렵 보유주식과 파생상품의 규모를 다시 조정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오르면 추가로 사고, 주가가 내리면 추가로 파는 순행적 리밸런싱이 발생합니다.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구조
기초주식 변동성 확대
익스포저를 다시 맞춤
상승 시 매수, 하락 시 매도
가격 움직임 증폭 가능
예를 들어 순자산이 1조원인 2배 레버리지 ETF에서 기초주식이 하루 10% 움직이면, 단순화한 계산상 약 2,000억원의 추가 리밸런싱이 필요합니다. 여러 운용사가 같은 시간에 비슷한 주문을 내면 종가 부근의 매수나 매도 물량이 집중되면서 주가 움직임을 더 크게 만들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리밸런싱이 장 종료 직전에 집중되면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자산운용업계에 리밸런싱 시간을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즉 금융당국의 문제의식은 “투자자가 얼마나 손해를 보느냐”를 넘어 “상품의 기계적인 거래가 시장 전체를 얼마나 흔드느냐”에 있습니다.
3. 도입되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① 발동 순간에는 보유 익스포저를 줄여야 한다
순자산 1조원인 ETF가 2조원의 주식 익스포저를 보유한 상태에서 목표배율이 2배에서 1.5배로 낮아진다면, 운용사는 약 5,000억원의 익스포저를 줄여야 합니다. 실제 방식은 주식 매도, 선물 포지션 축소, 스와프 규모 변경 등 상품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롱 포지션의 일부를 줄이는 디레버리징입니다.
급락장에서 배율을 갑자기 낮추면 발동 당일에는 포지션 축소를 위한 매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긴급조치가 오히려 새로운 매도 신호가 되지 않도록 단계적 배율 조정, 리밸런싱 시간 분산, 충분한 사전 공시가 필요합니다.
② 이후의 기계적 매수·매도 규모는 크게 줄어든다
배율을 낮추는 가장 큰 목적은 발동 당일의 거래보다 그 이후 반복되는 리밸런싱 규모를 줄이는 데 있습니다. 순자산 1조원, 기초주식 하루 등락률 10%를 가정하면 2배 상품의 리밸런싱 물량은 약 2,000억원이지만 1.5배 상품은 약 750억원으로 감소합니다.
③ 금융당국은 무엇을 얻게 될까?
결국 금융당국 입장에서 긴급조치권은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수단이 아닙니다.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도 아닙니다. 레버리지 ETF가 가진 자동 증폭장치의 강도를 일시적으로 낮출 수 있는 브레이크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2026년 7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포함한 일부 상품에 ‘가변 레버리지 구조’를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제체계를 보완했습니다. 운용사가 운용 역량, 기초자산의 유동성, 파생상품 포지션 한도 등을 고려해 최대 허용범위 안에서 목표배율을 조정하고 이를 공시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홍콩은 당국이 매번 긴급명령을 내려 배율을 바꾸는 구조라기보다, 상품 설계 단계부터 배율이 달라질 수 있음을 정하고 운용사가 이를 공시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한국도 당국의 직권개입만 강조하기보다 사전에 공개된 기준과 상품 약관을 활용하는 방향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무리: 아직 정해진 것은 많지 않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자본시장법 개정안 마련에 착수했다는 점은 확인됐지만, 누가 발동할지, 어떤 수치를 기준으로 판단할지, 얼마 동안 배율을 낮출지, 기존 투자자에게 어떤 절차를 보장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제도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증시의 상승과 하락을 스스로 증폭시키는 구조를 약화하고, 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 사용할 수 있는 대응수단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발동 시점을 잘못 선택하면 오히려 대규모 포지션 축소를 유발할 수 있고, 지나치게 포괄적인 권한은 시장에 대한 상시 개입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긴급조치권의 존재 자체보다 명확한 발동요건, 적용기간의 상한, 투자자 공시, 정상배율 복귀 기준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입니다. 아직 법 개정과 국회 논의가 남아 있는 만큼 앞으로 제도가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 금융위원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기본예탁금 강화 조기시행 방안」, 2026.7.24.
· 금융위원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방향 관련 금융투자업권 간담회」, 2026.7.28.
·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 「SFC enhances regulatory framework for daily leveraged and inverse products」, 2026.7.24.
· 긴급조치권의 발동 주체·기준·기간과 구체적 적용 범위는 2026년 8월 3일 현재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