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사모신용 투자는 왜 늘어날까? EIOPA가 주목하는 것은 투자 자체보다 측정하기 어려운 위험이 어디에 얼마나 쌓이는가라는 질문이다.
장기보험을 판매한 보험회사는 수십 년 뒤 지급할 보험금에 대비해 자산을 운용한다. 일정한 이자수입을 기대할 수 있고 만기가 긴 사모신용(Private Credit)은 이런 보험사의 자산·부채 구조와 맞을 수 있다. 실제로 유럽 보험사의 투자는 증가해 왔다. 하지만 공개시장처럼 거래가격이 자주 형성되지 않고, 펀드가 여러 투자자를 거치는 구조라면 위험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1]
2025년 12월 EIOPA 금융안정보고서가 강조한 문제는 정의와 데이터의 일관성, 업종·국가별 집중위험이었다. 2026년 9월 유럽 감독당국 공동보고서는 여기에 드문 대출 평가, 불투명한 레버리지, 금융회사 간 연결성을 함께 제기했다. 이는 새로운 SCR 위험계수를 발표한 것이 아니라, 기존 감독의 시야에서 놓칠 수 있는 취약성을 점검하자는 메시지다.[1][2]
장기 현금흐름과 비유동성 프리미엄은 장기 보험부채와 결합할 여지가 있다.
평가가격·차주 정보·레버리지·기초자산 집중이 스트레스에서 동시에 드러날 수 있다.
보유 규모를 일관되게 집계하고 자산가치와 집중위험을 검증하는 일이 우선이다.
보험회사의 사모신용 투자 확대와 시장 현황
보험사는 왜 거래가 드문 대출자산에 투자하며, EIOPA는 그 규모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사모신용은 단순히 ‘기업에 직접 빌려준 돈’만을 뜻하지 않는다
사모신용은 일반적으로 공개 채권시장이나 전통적인 은행대출 경로 밖에서 비은행 금융기관 등이 제공하는 비공개 신용을 가리킨다. 다만 국제적으로 통일된 정의가 없다는 점이 EIOPA의 첫 번째 문제의식이다. 은행 통계와 보험 통계가 같은 이름으로 서로 다른 자산을 집계하면 시장 규모나 집중도를 정확히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1][3]
2025년 금융안정보고서는 비상장·비거래 회사채, 주택담보대출 및 일반대출, 신용위험을 부담하는 담보부 증권, 펀드를 통한 간접보유 등을 포괄하는 폭넓은 통계를 사용한다. 은행을 상대로 한 대출과 그룹 내부거래는 제외한다. 따라서 보고서의 사모신용 규모를 전부 기업 직접대출 규모로 읽으면 안 된다.[1]
보험회사가 이 자산을 찾는 이유도 있다. 공개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비유동성 프리미엄, 장기간 유입되는 이자와 원금, 전통 채권과 다른 수익원은 장기 부채를 보유한 보험사에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러나 예상 현금흐름의 안정성은 차주의 신용상태와 경제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1]
보험회사 → 기업대출·주택담보대출·비상장 회사채 → 차주로부터 원리금 수취
보험회사 → 사모대출펀드 → 여러 차주에 대출 → 운용사를 거쳐 투자수익 수취
간접투자는 운용사가 분산을 도와줄 수 있지만, 펀드의 최종 차주·담보·차입구조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하면 위험 파악이 어려워진다.
숫자로 보는 유럽 보험사의 투자 규모
EIOPA가 2025년 12월 보고서에서 제시한 2024년 말 기준 유럽경제지역(EEA) 보험사의 사모신용 익스포저는 약 5,140억 유로로 총자산의 5.1%였다. 같은 자료에서 2025년 2분기에는 약 5,940억 유로, 총자산의 5.8%로 집계됐다. 보고서의 분류체계에 따른 수치이며, 은행권에서 통상 사용하는 기업 직접대출 기준과 다르다.[1]
2024년 말
2024년 말
2024년 말
그래프는 6%를 가로막대 전체 길이로 환산한 비교 도식이며, Y축을 0~100%로 표시한 그래프가 아니다. 원자료: 2025년 12월 보고서, p.14. EIOPA는 별도 2026년 9월 기고에서 2025년 말 규모를 5,000억 유로 이상·총자산의 약 5%로도 설명했다. 서로 다른 기준시점의 값을 혼합하지 않았다.[1][3]
규모가 커진 만큼 어느 나라와 어느 업종에 집중돼 있는지도 중요해졌다. 2024년 말 익스포저의 72%는 독일·네덜란드·프랑스 소재 보험사에서 보유했다. 이것은 차주가 이 세 나라에 72% 집중됐다는 뜻이 아니라 투자자 보험사의 소재지 기준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1]
30년 뒤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가 3개월 만기 투자만 반복하면 만기마다 다시 투자할 금리가 불확실하다. 장기간 원리금을 받는 자산은 이 위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만기가 길다는 사실만으로 안전하거나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EIOPA가 지적한 사모신용의 주요 위험과 취약성
투자 손실 그 자체뿐 아니라, 위험을 늦게 발견하게 만드는 정보와 구조의 문제가 핵심이다.
EIOPA는 2025년 보고서에서 신용위험·유동성위험·가치평가 불확실성·숨겨진 레버리지 등을 제시했고, 2026년 9월 ESAs 공동보고서는 평가 빈도가 낮거나 부정확할 수 있는 대출가격, 레버리지의 불확실성, 데이터 공백을 재차 강조했다.[1][2]
차주의 영업현금흐름 악화, 원리금 미지급, 만기 재조달 실패. 담보가 있어도 회수금액은 경기와 처분 여건에 좌우된다.
거래가 드물면 이전 평가가격이 오래 남을 수 있다. 운용사의 모델·할인율·기초자료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차주뿐 아니라 펀드와 투자구조 여러 단계에서 차입이 존재할 수 있어 손실의 증폭 정도가 불명확해진다.
같은 지역·부동산 업종·운용사·차주에 위험이 겹치면 여러 보험사가 비슷한 충격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신용등급과 가치평가는 같은 문제가 아니다
신용등급은 차주가 약속한 돈을 갚을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다. 가치평가는 오늘 그 대출자산을 얼마로 볼 것인지의 문제다. 외부등급이 없다고 곧바로 부실자산인 것은 아니고, 등급이 존재한다고 해서 대출가격이 항상 정확한 것도 아니다. EIOPA 보고서는 소규모·저신용 기업이 공개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모든 사모신용이 저신용 또는 무등급이라고 규정하지는 않는다.[1]
정상 상환
이자보상력 저하
기존 가격 유지
위험프리미엄 요구
평가손실 15억원
단순 예시다. 실제 공정가치는 회수 예상현금흐름, 할인율, 담보, 회계·감독상 평가기준에 따라 결정되며 반드시 85억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상장채권은 매일 거래되기 때문에 신용악화가 가격에 비교적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반면 거래가 없는 대출은 장부상 가격이 한동안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이 안정성이 위험이 줄었다는 증거는 아니다. 물론 거래가 드물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과대평가됐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더 중요한 발견: 분산투자가 생각만큼 분산되지 않을 수 있다
EIOPA에 따르면 유럽 보험사의 비유동성·비상장/비거래 회사채에서는 자국 투자 비중이 평균 39%였지만, 유동성이 있는 회사채는 22%였다. 또한 사모신용 익스포저에서 부동산 관련 투자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보험사의 자산 종류가 여러 개로 나뉘어 있어도 같은 국가나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다면 한 번의 충격이 여러 자산에 동시에 전해질 수 있다.[1]
막대 전체는 50% 기준. 사모신용 전체의 자국 투자 비중이 39%라는 뜻이 아니라, 보고서에서 비교한 회사채 하위집단의 통계다.[1]
여기에 펀드 차입, 차주의 추가 차입, 같은 차주를 보유한 은행의 신용공여가 얽히면 단순한 개별 자산 손실이 금융기관 간 충격으로 확대될 수 있다. 2026년 공동보고서는 펀드 환매압력과 은행의 공통 차주·금융약정이 이러한 전이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EU 은행과 보험사의 합산 익스포저는 아직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했다.[2]
사모신용 위험은 ‘부도가 얼마나 발생하는가’에만 있지 않다. 부도가 나기 전 위험을 제대로 식별하고, 자산가격에 반영하고, 여러 자산에 중복된 위험까지 합산해 보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사모신용에 대한 보험감독의 과제와 시사점
EIOPA의 메시지는 투자금지나 일률적인 계수 인상이 아니라, 위험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감독이다.
EIOPA는 2026년 9월 기고에서 사모신용의 성장을 무조건 억제하기보다 건전한 위험관리·투명성·효과적인 감독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장기 자금을 실물경제에 공급할 수 있다는 효용을 인정하면서도, 보험사가 투자한 자산의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는지 확인하자는 것이다.[3]
Solvency II가 이미 요구하는 세 가지 원칙
| 규정 | 핵심 원칙 | 사모신용에 적용한 질문 |
|---|---|---|
| 제75조 경제가치 평가 | 자산을 독립적인 시장참가자 사이에 교환할 수 있는 금액에 기초해 평가 | 대출가격 산정에 쓰인 현금흐름·할인율·담보가치가 합리적인가? |
| 제132조 신중한 투자원칙 | 투자 위험을 식별·측정·감시·관리·통제·보고할 수 있어야 함 | 펀드 내부의 최종 차주·레버리지·집중도를 실제로 파악하는가? |
| 제45조 ORSA | 회사의 고유 위험 특성에 맞춰 전체 지급여력 필요성과 위험을 자체 평가 | 신용악화와 평가손실, 유동성 압박이 함께 발생할 때 버틸 수 있는가? |
기존 EU 제도의 일반 원칙을 사모신용에 적용해 해설한 표다. 2026년 9월 공동보고서가 새 SCR 위험계수나 별도의 사모신용 의무기준을 신설했다는 뜻은 아니다.[4][2]
감독의 질문은 네 단계로 구체화할 수 있다
대출·비상장채·구조화상품·펀드 간접보유를 일관된 기준으로 집계한다.
최종 차주, 업종·국가, 담보, 신용등급 및 내부평가, 평가 빈도와 펀드 차입을 확인한다.
시장 요구수익률, 회수율, 할인율과 실제 거래사례를 비교해 평가모형의 민감도를 살핀다.
동일 업종 부실·재조달 실패·가격 조정·펀드 환매압력을 결합해 자본과 현금을 함께 점검한다.
여기서 무등급 자산의 위험 측정과 가치평가의 신뢰성은 서로 다른 검토대상이다. 내부적으로 차주의 부도가능성을 면밀하게 평가했더라도 할인율이나 회수율 가정이 부정확하면 자산가격이 왜곡될 수 있다. 반대로 자산가격이 정확하더라도 동일한 차주와 업종에 투자한 여러 펀드의 집중위험을 놓칠 수 있다.
국내 K-ICS에 주는 시사점
국내 보험감독에 적용한다면 먼저 보험사가 보유한 사모신용의 실제 범위와 기초자산을 일관되게 분류할 필요가 있다. 그다음 기초자산별 신용위험이 기존 K-ICS 요구자본에서 어떻게 포착되는지, 가치평가와 펀드 내 차입은 별도 관리되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다. 이는 국내 제도에 이미 새 규제가 도입됐다는 설명이 아니라, EIOPA 자료에서 도출한 검토 과제다.
그렇지는 않다. 자산평가손실은 일반적으로 다른 조건이 같을 때 가용자본에 불리하지만, 요구자본은 신용상태 악화·익스포저 감소·위험 간 상관관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가용자본 충격’과 ‘요구자본 변동’을 분리해 분석해야 한다.
추가로 EIOPA는 23개 국가 감독당국의 답변을 정리하면서 많은 국가에서 보험사 사모신용 익스포저가 아직 제한적이라고 기록했다. 일부 국가는 전문팀을 두거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즉 현황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위험이 쌓이는 곳에 감독역량을 집중하는 비례적 접근이 보고서의 실제 맥락과 가깝다.[1]
보험사가 사모신용에 투자한다는 사실 자체보다 위험의 정의와 데이터가 제각각이고, 가격이 늦게 움직이며, 개별 투자처럼 보이는 위험이 특정 지역·업종·차주에 중복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좋은 감독의 출발점은 계수를 먼저 정하는 일이 아니라, 실제 위험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볼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원문 및 근거자료
집계 범위와 수치는 자료의 기준시점을 병기했으며, 국내 K-ICS 관련 내용과 가상 사례·도식은 원문과 구별되는 해설 및 검토 의견이다.
THE WORLD I SEE · 보험감독 / 해외 감독동향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