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서는 한국은행의 방향 전환을 살펴봤습니다. 반도체 호황이 ‘성장’이라는 한 칸을 뒤집으면서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고, 한국은행은 7월 16일 기준금리를 2.75%로 인상했습니다. 한미 금리차도 상단 기준 1.25%p에서 1.00%p로 좁혀졌습니다.
그러나 0.25%p의 금리차 축소만으로 한 달간 125원에 달하는 원·달러 환율 하락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정책은 방향을 바꿀 수 있지만, 짧은 기간의 움직임을 크게 만드는 것은 달러 자체의 방향과 실제 시장 수급이기 때문입니다.
2부에서는 그중 국외 정책 요인을 살펴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은 한국에 특정 환율을 요구하거나 원화를 직접 매수한 것이 아닙니다. 대신 원화의 일방적인 약세가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과 맞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규정함으로써, 한국이 원화 약세를 방어할 수 있는 대외적 명분을 제공했습니다. 엔화에 대해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일본과 직접 공동개입까지 실시했습니다.
다만 이것이 125원의 전부를 설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2부는 원화의 방향을 바꾼 국외 정책 환경을 다루고, 달러 약세와 기업 네고·환헤지·ADR·WGBI 등 실제 하락 폭을 키운 수급은 3부에서 따져보겠습니다.
미국이 먼저 원화 약세에 선을 그었다
2026년 1월, 워싱턴에서 나온 한 문장
출발점은 2026년 1월입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1월 12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워싱턴에서 회담했고, 미 재무부는 이틀 뒤인 1월 14일 공식 회담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최근 원화의 약세는 한국의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과 부합하지 않는다.”
— 미국 재무부, 2026년 1월 14일
미 재무부가 교역상대국의 환율을 언급할 때는 보통 통화를 인위적으로 약하게 만들어 수출 경쟁력을 얻지 말라는 경고가 중심입니다. 환율조작국이나 관찰대상국 제도가 대표적인 수단입니다.
그런데 이번 메시지는 방향이 달랐습니다. 미국이 한국에 “원화를 더 강하게 만들라”고 직접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원화 약세가 한국의 경제 체력과 맞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한국 외환당국 입장에서는 중요한 변화입니다.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는 조치가 미국이 경계하는 ‘자국 통화의 인위적 약세 유도’와 정반대라는 점이 분명해졌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모든 형태의 개입을 허용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과도한 원화 약세를 완화하는 정책의 대외적 부담은 크게 낮아졌습니다.
한국이 원화 약세를 방어할 수 있는 정책적 공간을 열어준 것에 가깝습니다.
7월 환율보고서가 1월의 판단을 공식 문서로 굳혔다
7월 23일 미 재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반기 환율보고서는 1월의 판단을 다시 인용했습니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가 지속적인 절하 압력을 받고 있으며, 최근 원화 약세가 한국의 강한 경제 펀더멘털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공식 보고서에 남긴 것입니다.
| 항목 | 미 재무부의 평가 |
|---|---|
| 관찰대상국 | 한국 유지. 중국·일본·대만·태국·싱가포르·베트남·독일·아일랜드·스위스와 함께 총 10개국 |
| 대미 상품·서비스 흑자 | 450억 달러. 미 재무부 기준 150억 달러를 크게 상회 |
| 경상수지 흑자 | 2025년 GDP 대비 6.6%. 반도체 등 기술제품 수출이 확대를 주도 |
| 일방적 시장개입 | 요건 미충족. 한국 당국은 2025년에 외환을 순매도해 원화 약세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입 |
| 외환 순매도 | 2025년 약 280억 달러. 이 가운데 225억 달러가 4분기에 집중 |
| 절하 압력의 원인 | 국민연금 등 일반정부, 비은행 금융기관과 가계의 대규모 해외주식 투자 및 낮은 환헤지 비율 |
| 외환시장 제도 | 외국인의 역내 외환시장 참여 제한 완화가 유동성과 가격발견 기능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 |
보고서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2024년 GDP 대비 5.3%에서 2025년 6.6%로 확대됐고, 그 증가가 거의 전적으로 반도체와 기술 관련 상품수지에서 나왔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과의 상품·서비스 수지 흑자도 45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달러를 많이 버는 나라의 통화가 왜 계속 약했을까요. 미 재무부는 답을 수출이 아니라 금융계정에서 찾았습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일반정부의 해외주식 축적은 2024년 80억 달러에서 2025년 410억 달러로 급증했습니다. 비은행 금융기관과 가계의 해외주식 투자도 340억 달러에서 73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특히 이 자금 상당 부분이 환헤지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외주식을 사기 위해 원화를 팔고 달러를 매수한 뒤 환율 위험을 그대로 보유했기 때문에, 수출기업이 벌어온 달러가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를 통해 다시 빠져나가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 1부와 2부가 맞물리는 지점
1부에서 한국은행은 환율 약세의 중요한 원인이 외국인 자금 이탈만이 아니라 국내 연기금·금융기관·개인의 해외투자라고 판단했습니다. 2부의 미 재무부도 정확히 같은 지점을 지목했습니다.
즉 미국과 한국은행은 “한국은 달러를 못 버는 나라가 아니라, 벌어온 달러보다 해외자산을 더 적극적으로 사는 나라가 됐다”는 같은 진단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금리 인상은 해외투자를 직접 중단시키지는 못하지만, 원화가 계속 약해질 것이라는 일방적인 기대를 끊고 환헤지 비용과 투자 판단을 바꾸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미국, 용인에서 행동으로 — 7월 말의 한·미·일
미국의 인식이 실제 시장 행동과 연결된 것은 7월 말입니다. 다만 세 나라가 하나의 공식 합의문에 따라 움직인 것은 아니므로, 각각의 역할을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7월 30일: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시각에 움직였다
7월 30일 뉴욕시장에서 일본 정부는 대규모 엔 매수·달러 매도 개입에 나섰습니다. 비슷한 시각 한국 외환당국도 달러를 매도한 것으로 보도됐고, 원화는 달러당 1,418원까지 강해지며 9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두 나라가 공식적인 공동개입 합의를 발표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엔화와 원화가 비슷한 시각에 강하게 움직였고, 양국 당국이 그동안 환율 문제를 긴밀히 협의해 왔다는 점에서 시장은 이를 사실상의 동시 대응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 움직임이 중요한 이유는 원화와 엔화가 최근 외환시장에서 높은 동조성을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원화와 엔화의 상관계수는 0.94까지 상승했습니다. 다만 이는 특정 기간의 통계로, 두 통화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은 아닙니다.
7월 31일: 미국은 엔화에 직접 들어왔다
다음 날에는 상황이 한 단계 더 나아갔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엔화를 매수했고, 일본 재무성과 미국 측은 8월 3일 이를 공식 확인했습니다. 미·일 양국은 최근 엔화의 움직임을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약세로 규정하고, 필요하면 추가 공동개입에도 나설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베센트 장관은 일본의 엔화 저평가를 바로잡기 위한 시장 조치와 통화정책 대응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시장에서 직접 매각하지 않고 달러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뉴욕연은의 FIMA 레포 기구가 활용됐을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 세 나라의 역할을 정확히 구분하면
한국 — 달러를 팔고 원화를 매수해 자국 통화의 과도한 약세를 방어했습니다.
일본 — 엔화를 직접 매수했고, 미국과의 공동개입까지 성사시켰습니다.
미국 — 원화에 대해서는 한국의 방어를 정책적으로 엄호했지만 직접 원화를 매수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엔화에 대해서는 일본과 함께 직접 시장에 참여했습니다.
따라서 이를 공식적인 한·미·일 공동 환율작전이라고 표현하면 과장입니다. 정확한 표현은 한·일 동시 대응과 미·일 공동개입이 연속해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플라자합의 2.0’은 아니다.
미국이 아시아 통화 강세를 지지하고 엔화 매수에 직접 참여하면서 ‘제2의 플라자합의’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만 놓고 보면 당시와는 구조가 다릅니다.
| 구분 | 1985년 플라자합의 | 2026년 현재 |
|---|---|---|
| 형식 | G5 재무장관의 공식 다자간 합의 | 포괄적 다자간 합의 없음 |
| 정책 목표 | 과도한 달러 강세를 공동으로 교정 | 개별 통화의 과도한 약세와 무질서한 움직임 억제 |
| 목표 환율 | 공동 절상 방향이 명확 | 공식적인 목표환율 없음 |
| 미국의 역할 | 주요국 통화 조정을 주도 | 원화 방어는 엄호, 엔화에는 선택적 공동개입 |
| 적용 범위 | 주요 선진국 통화 전반 | 현재까지 한국·일본 등 국가별 사안에 따른 대응 |
| 정책 성격 | 설계된 달러 절하 | 과도한 통화 약세를 제한하는 위험관리 |
미국이 아시아 통화 전체를 일정 비율만큼 절상시키는 목표를 세운 것도 아니고, 중국·한국·일본·대만이 참여한 공식 합의도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아시아 통화를 일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근거보다 서사가 앞서는 설명입니다.
현재까지 가장 안전한 결론은 이렇습니다.
무역·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정도의 과도한 약세를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선을 그었습니다.
미국은 왜 남의 나라 통화 약세에 끼어들까
■ 왜 미국은 엔화·원화의 과도한 약세를 그냥 두지 않을까?
겉으로 보면 이상합니다. 미국이 왜 일본과 한국의 환율에까지 신경 써야 할까요.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이것이 단순한 ‘남의 나라 통화 문제’가 아닙니다. 엔화와 원화가 지나치게 약해지면 미국의 관세정책, 국채시장, 금융시장 안정이 모두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관세와 무역수지 때문입니다. 미국이 관세를 올려 수입품 가격을 높여도 상대국 통화가 그만큼 약해지면, 미국 시장에서 해당 국가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다시 살아납니다. 쉽게 말해 관세를 올렸는데 환율이 그 효과를 일부 지워버리는 것입니다. 특히 엔화가 크게 약해지면 일본 기업은 자동차·기계·소재 등에서 가격 우위를 되찾을 수 있고, 원화 약세도 한국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둘째, 미국 국채시장 때문입니다. 일본은 미국 국채의 핵심 보유국입니다. 엔화를 방어하기 위해 일본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팔기 시작하면, 미국 입장에서는 국채 수급이 흔들리고 장기금리가 추가로 상승하는 위험이 생깁니다. 미국이 FIMA 레포와 같은 장치를 통해 일본이 국채를 팔지 않고도 달러 유동성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셋째,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 때문입니다. 엔화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단순한 한 나라의 통화가 아니라 캐리 트레이드의 대표적인 조달 통화 역할을 합니다. 엔저가 심화되다가 갑자기 되돌아가면 엔 캐리 청산이 주식·채권·신흥국 통화 전반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의 문제가 곧 미국 증시, 미국 국채금리, 글로벌 위험회피 확대로 연결될 수 있는 셈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합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이 무조건적인 달러 약세는 아닙니다. 달러가 너무 약해지면 미국의 수입물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 부담이 커집니다. 따라서 미국의 목표는 달러를 최대한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교역상대국 통화가 펀더멘털과 동떨어질 정도로 약해져 미국의 무역정책과 금융안정을 해치는 상황을 막는 것에 가깝습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미국이 엔화와 원화의 과도한 약세를 경계하는 이유는 선의가 아니라 자국 이익입니다. 남의 나라 통화 문제처럼 보여도 관세 효과, 국채금리, 금융시장 변동성이라는 형태로 결국 미국 자신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일본이라는 참고 사례 — 개입은 방향을 바꾸나, 시간을 사나
이번 원화 강세를 이해하는 데 일본은 좋은 참고 사례입니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금리를 올리고 막대한 달러를 매도했지만, 단독 정책만으로는 엔화 약세 추세를 되돌리지 못했습니다. 반면 미국이 직접 참여하자 시장의 반응은 이전보다 강해졌습니다.
금리 인상과 단독 개입만으로는 부족했다
| 시점 | 정책과 시장 반응 |
|---|---|
| 4월 28일~5월 27일 | 일본 재무성, 엔화 방어에 11조7,349억 엔 투입. 그러나 엔화 약세 추세는 지속 |
| 6월 16일 | 일본은행, 기준금리를 0.75%에서 1.00%로 인상. 199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이지만 엔화 반전에는 실패 |
| 7월 초 | 달러·엔 162엔대. 약 40년 만의 엔화 최저 수준 |
| 7월 30일 | 일본의 대규모 엔화 매수 개입으로 달러·엔이 163엔 부근에서 장중 157.8엔까지 하락 |
| 7월 31일 | 일본은행은 1%로 동결. 다카타 위원만 1.25% 인상을 주장. 달러·엔은 다시 159엔 부근으로 일부 반등 |
| 7월 31일~8월 3일 | 미·일 공동 엔 매수 개입이 공식 확인되며 달러·엔은 한때 155.2엔 부근까지 추가 하락 |
이 흐름의 교훈은 “외환시장 개입은 아무 효과가 없다”가 아닙니다. 개입은 단기간에 환율을 크게 움직이고 투기 포지션에 손실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금리차와 정책 신뢰, 재정 부담 같은 기초 여건이 그대로라면 단독 개입의 효과는 빠르게 희석될 수 있습니다.
■ 일본이 금리를 올리고도 엔화가 약했던 이유
① 예상된 인상은 환율 충격이 작습니다. 환율은 금리를 올렸다는 사실보다 시장 예상보다 얼마나 강했는지에 반응합니다. 6월의 1% 인상은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돼 있었습니다.
② 명목금리보다 실질금리가 중요합니다. 정책금리가 1%여도 물가상승률이 이를 웃돌면 실질 정책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입니다. 엔화를 빌리는 실질 비용이 충분히 높아지지 않은 것입니다.
③ 미·일 금리차가 여전히 큽니다. 미국 정책금리 상단 3.75%와 일본 1% 사이에는 2.75%p의 차이가 남아 있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기본 유인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④ 재정정책 신뢰가 약합니다. 적극적인 재정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가 예상되면 시장은 일본은행이 장기금리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엔화에 추가적인 위험 프리미엄을 붙입니다.
미국의 참여가 바꾼 것은 환율보다 ‘손익구조’다
미국이 공동개입에 참여하면서 시장은 일본 정부 혼자 외환보유액을 사용하다가 물러날 가능성만 볼 수 없게 됐습니다. 미국 재무부가 추가 행동 가능성을 열어두고,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까지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엔화 매도자는 단순히 일본의 일회성 개입만 상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미·일 추가 공동개입, 일본은행의 조기 금리 인상, 엔 캐리 청산이라는 세 가지 위험을 동시에 감수해야 합니다.
따라서 공동개입의 핵심 효과는 특정 환율을 영구적으로 지키는 데 있다기보다, “엔화는 계속 약해질 것”이라는 일방적인 베팅의 손익구조를 바꾸는 데 있습니다. 다만 미국이 참여했다고 해서 미·일 금리차와 일본의 재정 문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장기적인 엔화 반전에는 일본은행의 실제 추가 인상과 재정 신뢰 회복이 필요합니다.
질서 있는 엔화 강세는 원화를 돕지만, 급격한 청산은 다르다
최근 원화와 엔화의 동조성이 높다는 사실은 원화에 양면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 구분 | 질서 있는 엔화 정상화 | 급격한 엔 캐리 청산 |
|---|---|---|
| 엔화 | BOJ 정상화와 미국 금리 하락으로 완만한 강세 | 포지션 손절과 위험회피로 단기간 급등 |
| 달러 | 아시아 통화 대비 점진적 약세 | 엔화에는 약세지만 위험통화에는 강세 가능 |
| 원화 | 동반 강세 가능성. 일본과의 수출 경쟁 부담도 완화 | 외국인 위험자산 매도로 오히려 약세 가능 |
| 한국 금융시장 | 수입물가 안정과 외국인 자금 유입에 우호적 | 주식 매도·변동성 확대·달러 유동성 선호 |
원화에 가장 좋은 것은 엔화의 무조건적인 급등이 아닙니다. 일본은행이 점진적으로 금리를 정상화하고 미국 금리가 완만하게 내려가면서 엔화가 질서 있게 강해지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엔화가 글로벌 캐리 트레이드의 급격한 청산으로 폭등하면, 안전통화인 엔화는 강해지지만 위험통화 성격이 있는 원화는 약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엔화 강세와 원화 강세를 언제나 같은 현상으로 보면 안 됩니다.
그래서 2부가 설명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번 국외 요인이 설명하는 것은 원·달러 환율 125원 하락의 정확한 크기보다 방향이 바뀐 이유입니다.
미국은 1월부터 원화 약세가 한국 펀더멘털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7월 환율보고서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재확인했습니다. 한국이 대규모 경상흑자를 기록하면서도 통화가 약했던 원인으로 국민연금·금융기관·개인의 해외주식 투자와 낮은 환헤지 비율을 지목했습니다.
한국은행은 1부에서 살펴본 것처럼 금리를 올려 원화 약세 기대에 대응했고, 미국은 이러한 대응이 자국 통화를 인위적으로 약하게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는 정책적 환경을 만들어줬습니다. 여기에 7월 말 한국과 일본의 사실상 동시 개입, 미국과 일본의 직접 공동개입이 연이어 나타나면서 시장은 아시아 통화의 일방적인 약세를 더 이상 안전한 거래로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나 정책 환경이 바뀌었다고 해서 한 달간 125원이 모두 설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금리 인상과 미국의 엄호는 원화 강세의 방향과 명분을 만들었지만, 실제 속도와 폭은 달러 자체의 약세와 시장 수급이 결정했습니다.
2부를 정리하면...
① 미국은 1월에 “원화 약세가 한국의 견고한 펀더멘털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혔고, 7월 환율보고서에서 이를 재확인했습니다.
② 미 재무부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GDP 대비 6.6%에 달하지만, 국민연금·금융기관·가계의 해외주식 투자와 낮은 환헤지가 원화 절하 압력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③ 미국이 원화 강세를 직접 설계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한국이 달러를 팔아 원화의 과도한 약세를 방어하는 조치에 대외적 명분과 정책적 안전판을 제공했습니다.
④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통화 문제에 관여한 이유는 선의가 아니라 자국 이익입니다. 상대국 통화 약세가 관세 효과를 약화시키고, 일본의 미 국채 매각 가능성이 미국 장기금리를 높이며, 엔 캐리 불안이 미국 금융시장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⑤ 7월 30일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시각에 자국 통화 방어에 나섰고, 7월 31일에는 미국과 일본이 직접 엔화 공동매수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공식적인 한·미·일 공동 환율작전이나 목표환율 합의가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⑥ 일본 사례는 금리 인상과 단독 개입만으로 구조적 통화 약세를 끝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다만 미국의 참여는 엔화 매도 포지션의 손익구조와 정책 신뢰를 바꾸는 힘이 있습니다.
결국 반도체가 펀더멘털을 만들고, 한국은행이 방향을 틀었으며, 미국이 자국의 무역·금융 이익을 위해 이를 엄호했고, 한·일 동시 대응과 미·일 공동개입이 시장의 확신을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125원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3부에서는 하이닉스 ADR 관련 달러 매도, WGBI 자금, 기업 네고와 환헤지, 글로벌 달러 약세, 외국인 주식 매수의 환헤지 구조, 그리고 유가 상승이 원화 강세를 얼마나 되돌릴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이 글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개인적으로 정리한 내용이며, 특정 종목이나 투자 방향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수치와 정책 상황은 2026년 8월 3일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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